처음 바카디를 본 건 2003년이다.
바에서 바카디를 시키면 샷 잔에 담겨서 불이 붙은 채로 나왔다.(물론 내가 시킨 건 아니다.)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하다.
그리고 그걸 시킨 남자가 불을 후~ 불더니 원 샷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같이 온 일행에게 뭔가 강해 보이고 싶었던 걸까? 싶다.
그 술은 바에서 가장 도수가 높은 술로 알코올 도수 75.5도로 국내 정식 수입된 술 중 가장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 술이기도 했다. 타는듯한 목 넘김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고는 쉽게 마시기 힘든 술이다.
그런데 어제 밍큐트가 바카디를 마신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
이게 무슨 일이지? 싶어 사진을 확인하니 바카디 151이 아니라 바카디 모히또였다.
바카디 모히또는 알코올도수 14.9%이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뭔가 속은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1.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바카디 151

찾아보니 그 옛날 불붙은 바카디 151은 2016년부터 수입이 중단되었고 2020년에는 남은 물량도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수입이 중단된 이유는 바카디 본사에서 151에 얽힌 잦은 사건사고와 그로 인한 법적 공방으로 회사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고 판단해 제조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객기로 도전할 술은 아니다.
도수가 높아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용도가 아니고 칵테일용으로 플레이바에서 불쇼를 할 때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용도로 쓰이는 술이다.
바카디 151은 병나발을 불다가 식도가 타서 죽은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알코올 때문에 식도가 타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한 잔을 원 샷 하고 실려갈 뻔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술이 약한 사람은 안 마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시고 바로 토했다는 사람도 많다.
참고로 동물을 액침표본으로 박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알코올이 70도라고 한다.
이렇게 문제 많은 술을 판매하는데 어떻게 이 회사가 성장했는지 궁금하다.
2. 바카디(Bacardi)
바카디는 스페인 출신 파쿤도 바카르디를 필두로 가족들이 쿠바로 건너가 1862년 창업한 기업이다. 박쥐를 상표로 내걸고 있는데 쿠바에서 박쥐는 건강, 가족의 화합, 부를 상징한다고 한다. 럼주는 사실 고급주류라기보다 싸구려 술 이미지가 있는데 바카디는 불순물을 제거한 순하며 무색의 라이트 럼을 만들어 유명해졌다.
1960년 10월 14일 쿠바 혁명이 일어나자 쿠바 정부는 모든 주류 브랜드를 국영화하려 했다.(욕심쟁이네…) 그래서 바카디는 영국령인 버뮤다로 이전하고 증류 공장을 미국,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바하마에 설립했고 국유화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여러 회사에 인수되고 인수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은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주류 업체로 발전했다.
* 럼(rum)은 럼주라고도 하며 사탕수수를 착즙 해서 설탕을 빼고 남은 찌꺼기인 당밀이나 사탕수수 즙을 발효시킨 뒤 증류한 술이다. 도수는 최소 40도이며 참나무 통에서 숙성을 얼마나 오래 시키는가에 따라서 투명, 연한 황갈 색, 짙은 갈색을 띤다.
3. 바카디 제조기술
- 발효 : 럼은 당밀이나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증류주로 이 재료를 일주일 정도 발아시켜 효모를 넣고 발효시킨다. 이때 150년 이상 ‘바카디 레바두라’라는 단일 품종의 효모를 사용하고 있다. 부드럽고 균일한 맛을 내는 바카디의 비법 중 하나다.
- 증류 : 럼은 증류 방법에 따라 단식 증류기를 사용하는 헤비 럼과 연속식 증류기에 증류되는 라이트 럼으로 나뉘는데 바카디는 이 중에서 헤미럼’아구아르디엔떼’와 라이트 럼 ‘리데스띨라도르’를 생산하고 있다. 아 두 가지 스피릿을 각각 다른 오크통에 숙성시킨 후 적절한 비율로 혼합하여 만드는데, 이를 통해 맛이 강하면서도 가벼운 바디감의 바카디가 탄생된다고 한다.
- 숙성 : 바카디는 선별된 화이트 아메리칸 오크를 사용한다. 위스키의 숙성과 똑같이 이 오크통 안에 숯 여과법을 사용해 럼주의 부드러움과 아로마 진액을 더 깊게 만든다. 마카디는 오크통의 크기와 상태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온도와 습도를 모니터링해 품질을 유지한다.
- 블렌딩 : 바카디 블렌딩은 바카디의 맛과 향을 좌우하기 때문에 제조 공정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바카디에는 이 블렌딩 과정을 관리하는 ‘마스터 블렌더’가 있어 1862년부터 전해지고 있는 바카디의 원리와 공식에 따라 제조하고 있다고 한다.
4. 바카디 종류와 맛, 그리고 가격

바카디는 크게 '트레디셔널 럼(Traditional Rum)'라인과 '스페셜 럼(Special Rum)'2가지로 나뉜다.
트레디셔널 럼은 하위 라인인 바카디 블랙, 바카디 슈페리어, 바카디 골드, 바카디 8, 바카디 151등이 있고
스페셜 럼 라인에는 바카디 오크하트, 바카디 플레이버 등이 있다.
가장 대표상품은 1862년부터 생산되고 있는 바카디 슈페리어!
(2016년 후반부터는 바카디 슈페리어에서 바카디 카르타 블랑카로 변경되고 미국에서는 주에 따라 두 이름 모두 사용한다.)
제품 | 용량(ml) | 도수(%) | 가격 | 맛 |
바카디 카르타 블랑카 (슈페리어) |
750 | 40 | 2~3만원 | 바닐라와 아몬드 향으로 시작해 우드와 스모키한 맛. |
바카디 카르타 오로 (구, 골드) |
750 | 40 | 2만5천~3만원 | 황금색을 띄고 있으며 2~3년 정도 숙성후 카라멜 색소로 착향 한 제품, 가장 인기가 많다. |
바카디 카르타 푸에고 (구,스파이스드) |
750 | 35 | 2~3만원 | 스파이시드 럼으로 톡쏘는 듯한 맛을 느낄수 있고 호불호가 강하다. |
바카디 카르타 네그라 (구,블랙) |
750 | 40 | 2만5천~3만원 | 술을 담는 캐스크를 태워서 럼을 담아 숙성, 화이트럼이나 골드 럼에 비해 강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다. |
바카디 151 | 750 | 75.5 | 3만5천~4만원 | 이제 못 마신다. 칵테일바에서 불쇼를 장식하는데 쓰였고 도수가 높아 위험한 술이다. |
4년 아네호 | 750 | 40 | 4~5만원 | 각각 숙성을 오래시킨 만큼 프리미엄 럼으로 사랑 받는 제품들이다. |
8년 레제르바 오초 | 750 | 40 | 5~7만원 | |
10년 그란 리제르바 다이즈 | 750 | 40 | 7만~10만원 |
바카디 종류가 이렇게 많은 걸 몰랐다.
대학시절 이후 칵테일 바를 거의 안 가봐서 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쭉 적고 보니 밍큐트가 바카디 151을 마신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래 저래 속 쓰린 일 많은데 151까지 마셔서 보탤필요 없으니 말이다.
집에서 간단하게 하이볼이나 칵테일을 즐기고 싶다면 위스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럼주, 바카디를 추천한다.
도수도, 맛도 다양한 라인업으로 골라 마시는 재미도 있고 아주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한다.(레시피는 초록창에 검색해 보세요.^^)
친구들 어쨌든 조만간 모히또에서 바카디 한잔 하자고~
그때까지 간 잘 챙기렴.
끝!